트럼프 안보보좌관 후보 "북미정상외교 찬성하나 성공 가능성 회의적"

"외교는 이해 맞는 국가와의 실용적 제휴…이념적 리트머스 시험 아냐"

"적이 핵 가지는데 동맹 핵무장 막으면 안돼…전술핵 재배치, 해법 못돼"

(워싱턴=연합뉴스) 송상호 김동현 특파원 =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외교안보 정책에 가장 큰 영향력을 미치는 인물 중 한 명인 국방전문가가 미국 대북정책의 초점을 북한 비핵화가 아닌 군비통제에 맞춰야 한다고 제안했다.

엘브리지 콜비 전 미국 국방부 전략·전력 개발 담당 부차관보는 지난 6일(현지시간) 워싱턴DC에 있는 자신의 싱크탱크에서 진행된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지금 시점에서 완전한 비핵화는 현실적으로 가망이 없다"며 이같이 주장했다.

콜비 전 부차관보는 오는 11월 미국 대선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될 경우 트럼프 2기 정부에서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후보로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그는 인터뷰에서 대북정책의 목표에 대한 질문에 "(북한) 김정은(국무위원장)이 핵무기를 포기하도록 설득할 수 있다는 개념 자체가 허무맹랑하다"고 비판한 뒤 "우리는 이룰 수 있는 것에 집중해야 한다"며 "미국 대북정책의 목표는 군비통제와 비슷한 것으로, 특히 (미국 본토를 공격할 수 있는) 북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의 사거리를 제한하는 것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말했다.

또 트럼프 행정부에서 했듯이 미국이 북한과 정상 외교를 추진하는 데 열려 있다면서도 북한이 과거 협상에서 자주 신의를 지키지 않았기 때문에 외교의 성공 가능성을 "매우 회의적"으로 본다고 밝혔다.

그는 인터뷰에서 중국이 미국의 최대 안보 위협으로 부상하고 미국의 군사력에 한계가 있는 상황에서 한국이 자국 방어를 최대한 스스로 책임지고 한국에 있는 미군은 중국 억제로 초점을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한국의 자체 핵무장과 동맹으로서 한국의 역할 등 한반도를 둘러싼 안보 상황에 대해 자기 생각을 상세히 소개했다.

다음은 콜비 전 부차관보와의 일문일답.

최근 트럼프 전 대통령은 타임 인터뷰에서 한국이 방위비를 더 내지 않으면 주한미군을 철수할 가능성을 시사했는데.

▲ 주한미군이 주로 한국의 방어를 위해 주둔하는 만큼 한국이 한반도에 미군을 주둔하는 데 공정한 방식으로 기여하는 게 중요하다. 한국이 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일은 가능한 한 스스로 방어하는 것이다.

외교관계에는 궁극적으로 손익분석이 있어야 한다. 미국은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 리비아에 이어 이제 우크라이나 전쟁에 거의 2천억달러를 썼는데 그건 엄청난 돈이다.

미국의 주된 문제가 아닌 북한을 해결하기 위해 더 이상 한반도에 미군을 인질로 붙잡아둬서는 안 된다. 주한미군은 중국, 그리고 중국으로부터 한국을 방어하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

미국이 한국을 버려야 한다고 말하는 게 아니다. 미국과 한국이 앞으로 나아가려면 우리는 억제력을 강화해야 하며 특히 한국이 더 참여해야 한다.

한국은 북한을 상대로 자국을 방어하는 데 있어서 주된, 압도적인 책임을 져야 한다. 미국은 북한과 싸우면서 중국과도 싸울 준비가 된 군사력을 갖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현재 한미 양국이 방위비 협상을 하고 있는데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집권하면 재협상하려고 할 것으로 보나.

▲ 내가 그를 대변하지 않고 그의 생각을 알지 못하기 때문에 모르겠다. 나는 트럼프 캠프에 소속되지 않았다.

주한미군의 초점을 중국으로 바꿔야 한다는 것인가.

▲ 난 미국이 한반도뿐만 아니라 미국 본토나 다른 데서 상당한 병력을 북한과 싸우기 위해 배치하고 투입하는 게 현명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 비용과 소모, 거기에 매몰되는 인력과 자산과 탄약이 너무나도 엄청나서 미군이 대만을 방어할 역량을 잃을 것이기 때문이다.

대만이 한국보다 중요해서가 아니라 대만이 중국에 최고의 표적이기 때문이다. 핵심은 중국에 집중하는 것이다. 한국은 북한의 재래식 위협 대부분을 스스로 해결해야 한다.

나에게 결정 권한이 있다면 주한미군을 두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한반도를 더 넓은 지역적 맥락에서 봐야 하는 데 이것은 중국이 주된 위협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중국의 공격을 방어하는 것을 지원할 미군 전력 다수가 한국에 있으면 북한뿐만 아니라 중국과도 너무 가까워 엄청난 선제공격을 당할 수 있다.

지금은 북한이 한국을 침공하면 미국이 대규모 병력을 본토에서 전개하게 돼 있는데.

▲ 미국 국방부는 우리가 여러 대규모 전쟁을 동시에 치를 군사력을 갖고 있지 않다고 했다. 그런데 북한과 싸우면 대규모 전쟁이 된다. (북한은) 무기도 많고 꽤 광신도적이기 때문이다.

(한반도 유사시) 한국에 대규모 미군 전력을 전개한다는 작전계획은 우리가 중국에 대응할 능력을 소모할 것이라는 점에서 수정할 필요가 있다.

난 전시작전통제권(OPCON) 전환에 찬성한다. 한국군이 더 자율적으로 독자적으로 작전할수록 좋다고 생각한다. 전작권 전환은 가능한 한 이른 시기에 이뤄져야 한다.

한국이 전작권을 넘겨받고 국방을 스스로 책임질 정도로 성장했다는 의미인가.

▲ 한국은 굉장한 선진국이다. 지난 70년간 충격적인 속도로 발전했고 한국은 그런 면에서 세계에서 가장 인상적인 나라 중 하나다. 이것은 한국이 준비가 됐느냐의 문제가 아니다. 이것을 결정하는 것은 중국과 북한, 미군의 준비 태세 약화와 미국 방위산업의 쇠락, 러시아와의 전쟁 등 외부 환경이다. 한국이 (전작권 전환을 위한) 준비가 안 됐더라도 (전작권 이양의) 준비가 돼야 한다.

이전 문재인 정부에서 전작권 전환을 강력히 추진했는데.

▲ 내가 주장하는 외교는 동맹이 더 책임을 부담하도록 하는 것이다. 서로의 이해관계가 일치하는 국가들과 실용적으로 제휴하자는 것이지 이념적인 리트머스 시험이 아니다.

사실 난 한국 정부에 대해 좀 걱정한다. 한미가 정말 긴밀하게 동조화한 것으로 보이지만 미국 입장에서는 한국이 더 나서줘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한국이 잘못된 인상을 받지 않기를 바란다.

이것은 당신이 미국 음악을 얼마나 사랑하느냐에 대한 것이 아니다. 한국이 (동맹으로서의 역할을) 얼마나 하고 있느냐의 문제다.

대만에서 전쟁을 억제하는 게 미국 안보의 최우선 순위라고 말해왔는데 이를 위해 한국에 요청하고 싶은 역할은.

▲ 우리가 한국에게 대만 방어에 직접 참여하라고 요청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한국 국민이 이를 지지하지 않을 것이라 생각하고, 한국군은 한국에 대한 직접 공격을 방어할 준비를 해야 한다. 미국은 한국에게 혼자서 최대한 버티라고 요청해야 한다. 그리고 만약 중국이 한반도에 직접 개입한다면 그때는 미국이 지원하러 갈 것이다.

왜냐하면 중요한 것은 대만 자체가 아니라 중국이다.

헤비급 복싱 챔피언(미국)은 미들급 경기(한반도 전쟁)에서 뛰면 안 된다. 미들급 경기에서 이기겠지만 너무 상처를 입고 피로해서 다음 헤비급 경기(중국과의 전쟁)를 질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은 헤비급 경기를 위해 힘을 보존해야 한다. 그 경기를 지면 모든 것을 잃기 때문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재임 때 정통적이지 않은 방식으로 북한과 외교를 가능하게 했는데.

▲ 난 트럼프 대통령의 비정통적인, 그리고 신선한 관점이 좋다고 생각한다. 북한 핵 문제에 대한 정통적인 접근이 완전히 실패했는데도 왜 그것을 고집하는가. 사실 지금은 대북 정책이라고 할만한 것도 없다.

그러는 동안 북한은 핵과 장거리 미사일 전력을 강화하고 러시아, 중국과 더 긴밀히 협력하고 있다. 북한 문제에서는 비정통적인 접근이 새로운 정통이 돼야 한다. 모든 선택지를 검토해야 하며 북한 지도부와 더 많은 접촉이 선택 중 하나가 되어야 한다.

난 김정은과의 외교에 열려 있다. 하지만 우리는 외교의 성공 가능성을 매의 회의적으로 봐야 한다. 왜냐면 우리는 지난 30여년간 한 500번은 시도했지만, 북한은 속임수를 썼고 우리는 더 낭비할 시간이 없다.

미국의 대북 정책에서 목표는 완전한 비핵화인가, 군축인가.

▲ 지금 시점에서 완전한 비핵화는 현실적으로 가망이 없다. 북한의 지난 수십년간 행동을 고려하면 우리가 김정은이 핵무기를 전부 포기하도록 설득할 수 있다는 개념 자체가 허무맹랑하다. 우리는 이룰 수 있는 것에 집중해야 한다.

미국이 생각해야 하는 대북 정책 목표는 군비 통제와 비슷한 것으로 특히 북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의 사거리를 제한하는 것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미국 본토를 대규모로 타격할 수 있는 북한의 능력이 판도를 바꾸고 있으며 그게 미국의 확장억제에 대한 신뢰도를 약화하기 때문이다.

바이든 행정부는 중국의 첨단기술 개발을 견제하기 위해 수출통제와 역외 투자 제한 조치 등 경제 도구를 활용하고 있는데.

▲ 난 사실 이런 제재에 회의적이다. 난 제재가 정말로 중요한 군사적 균형(military balance)에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고 생각한다.

중국의 대만 침공 여부는 아마 향후 5∼6년 동안의 군사적 균형이 좌우하겠지만 이런 제재 상당수는 2030년이나 2040년에 일어날 일들과 관련됐다.

수출통제가 억제 문제를 해결하는 게 아니라 오히려 악화시킬 수 있다.

시진핑은 미국이 중국의 '목을 짓누른다'는 강한 표현을 여러 차례 썼는데 누가 자신의 목이 짓눌리는 상황이라면 자위권을 행사할 수 있으며 어떤 행동도 허용된다. 난 1941년 일본과 같은 상황을 걱정한다. 당시 일본 제국이 중국을 침공했고 그것은 분명 잘못됐지만 미국은 역내 군사력이 약한 상태에서 일본에 석유 수출을 금지했다. 일본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고 미국을 공격했다.

내 요지는 이런 종류의 제재를 하기 전에 우리를 지킬 군사력을 갖춰야 한다는 것인데 지금은 그러지 못하고 있다.

바이든 정부가 내세우는 대북 확장억제에 대해 비판적인 입장을 보여왔다. 한국 일각에서는 한국의 자체 핵무장론이 제기되는데 지금까지 이에 대해 찬성하는 입장을 보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 한국이 핵무장을 하지 않는 대안을 훨씬 선호하지만, 모든 선택지를 테이블에 올려놓을 필요는 있다. 한국의 핵무장을 배제하지는 않는다.

지정학이 핵 비확산보다 중요하다. 우리의 적이 핵무기를 가지는데 우리가 동맹의 핵무장을 막는다면 그게 비확산 정책의 승리인가?

전술핵무기의 한반도 재배치는 북한이 여전히 미국 본토를 타격할 수 있다는 점에서 문제를 제대로 해결하지 못한다.

난 한국의 안보 상황에 공감하고 한국을 지지하지만, 본질적인 사실은 북한은 미국에 주된 위협이 아니라는 것이다. 미국이 그저 북한을 해결하기 위해 미국 도시 여러 개를 잃는 것은 합리적이지 않다.

한국 입장에서는 셈법이 다르겠지만, 이런 관점의 비대칭과 차이야말로 좋은 동맹인 우리가 현실적으로 평가하고 접근해야지 커트 캠벨(국무부 부장관)과 바이든 대통령처럼 그냥 덮어두고는 계속 '모든 게 괜찮다'고 반복해서는 안 된다.

바이든은 의회에서 추가 안보 예산안을 통과시킬 때도 너무 큰 저항에 직면해 어려움을 겪었는데 그가 북한이 한 짓 때문에 미국 도시 여러 개를 잃을 것이라고 보는가.

주요 7개국(G7)이 오늘의 안보 문제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고 있다고 생각하나. G7과 한국의 관계는.

▲ 효과적이지 않다. G7은 과거 세력 간 균형의 잔재다. 내 입장은 캐나다를 한국으로 대체해야 한다는 것이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회원국인 캐나다는 방위비 지출 약속을 지키지 않고 있다. 그런데 왜 캐나다에 가장 명망 있는 국제단체 회원이라는 보상을 줘야 하나. 한국은 방위비를 충분히 지출하고 있으며 지금은 아시아의 세기다. 그런데 왜 G7 회원국 중 6개가 북미나 서유럽 국가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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